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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cher's Diary

Teacher's Diary from 2018~2020

by 워니씨 2023. 1. 17.

2022-10-20 누군가의 선생님, 또 누군가의 제자가 된다는 것

나는 최근에 PT를 받고 있다. 
내년이면 앞자리가 바뀌는 해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주변 지인 무려 3명이 나에게 PT를 권유하더라는 것...
(관심이 고맙지만도 왜 뭔가 이렇게 슬프지...)

​이 정도면 해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직장 바로 옆 건물의 PT를 결제했다. 

​아무튼 100만원대에 결제한 영원할 것 같던 30회의 그 PT가 어느새 딱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세상에나.

그런데 이게 받아보니 PT 받기 직전까지 약 8시간 동안은
나는 초등학생들 앞에서 매우 유식하고 어른인 척(?)하는 영어 선생님이다가
헬스장에 입장하자마자 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몰라 낑낑대고 잔소리 듣는
쪼끄래미 학생 입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군가의 선생님이기에 잘 알고 있다. 
어떤 학생이 가장 밉상이고, 어떤 학생이 가장 선생님의 이쁨을 받는지.

가르치는 입장으로서의 고충, 애로사항, 그리고 기쁨, 보람을 느끼는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왠지 '보람을 주는 그런 학생이 되고 싶다 생각하며
PT 장에서도 나도 모르게 매우 매우 노력을 하게 되더라...!

그리고 4회차를 남겨 둔 어제 운동을 하러 갔다가 칭찬을 들었다. 
한 7~8분 정도의 PT 쌤들이 근무하고 계시는데
내 담당이 아닌 PT 선생님이 지나가면서 나에게 엄.지.척! 을 해주셨다 ㅋㅋ

자세가 너무 좋아서 놀랐다며, 신체 구조상 트레이너들도 그렇게 완벽하게 자세 나오기는 힘들다며, 열심히 하시는 것 같다고...
하 ㅠ_ㅠ 이번에는 학생으로서의 보람이 배가 되는 순간이었다. 
날 가르치는 PT 선생님도 조금이나마 보람을 느끼셨길 바라며...!

 

 

2020-05-16 초심을 되찾는 법 how to get back to basics

오늘, 무슨 책을 읽으려고 책장에서 한 권을 꺼내 드는데
뭔가 아주 낡은 노트 하나가 같이 툭 떨어졌다. 
집어 들어보니-


와-세상에!
약 6~7년 전에 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원의 첫 본사 교육 노트!

​이걸 안 버리고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도 신기한데
마침, 커리어 방향에 대해 이래저래 고민이 많던 요즘
이건 마치 '동시성' 같은 것인가 싶어 한 번 열어보았다. 


처음이라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게다가 영어 강의였다...)
강의 내용은 너무 빠르고 양도 많아
나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글씨로 속기사처럼 휘갈겨 적어 내려간
그 당시의 내 급한+당혹스러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한 필기들...


그래도, 잊고 살고 있었던 '강의의 기본' 들이 아주 핵심적으로 담겨 있었다. 


군대라고 생각하면 돼! (웃음)

초등부인 나에게는 어느 정도 통용되는 논리. 
초반에 기본적인 학급 규칙과 규율이 잘 훈련되면
후반부에는 선생님이 큰 소리+잔소리를 내지 않아도
아이들은 루틴대로 알아서 너무도 척척 잘 움직인다. 

​아, 이건 물론 100% 영어를 써야 하는 영어학원 내 교실 환경이므로
공교육 현장과는 물론 다를 수 있음을 미리 공지드립니다...!


​아이들 머릿속에 선생님은 일단 '무섭다 박혀 있어야 한다. 


공감하고, 또 공감하며 
내일도, 일 년 후에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끄덕끄덕)

​처음에 엄하게 분위기를 잡고 나중에 푸는 게 낫지
초반부터 '쉽고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어 버리면
와 나중에 수습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규율도 잘 잡히지 않고 혼을 내도 콧방귀가 나오더라는 것...


Confidence. 학생들 너희는 내 손바닥 안에 있다.

 

티칭 경험 전혀 없으며 아이들 반응을 걱정하며
벌벌 떨며 교실에 들어갔을 신규 선생님들을 위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알려 주신 듯한 
(왠지 눈물이 흐르는) 문구... ㅠㅠ

이 외에도 꿀팁이 정말 많이 적혀 있지만
엉망인 글씨들을 더 이상 공개를 못 하겠는 관계로...

다행히 이 교육자료에 적혀있는 기본 룰들을
대부분 계속 잘 지켜서 강의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한 번씩 꺼내서 또 읽어 봐야겠어요 :)
How to get back to basics-

 

 

2020-05-10 코로나 휴원 마지막 일요일 보충수업 후

하~힘들었다!
정말 교통카드 집어 들어 올릴 힘 하나 남기지 않고 수업한 후 퇴근했다. 
_

오늘 정말 재미있게 수업했다. 
3월 코로나발 휴원 사태로 인한 보충 수업의 연장인 마지막 일요일 수업이었는데
일요일인데 고생한다고 마치 하늘에서 선물이라도 주시는 마냥 매 수업 너무 매끄러웠고, 
이게 교안의 표준일까 싶은 정도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움직였고, 
아이들도 너무 즐거워하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신나게 웃다가 집에 돌아갔다. 
이런 날은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보람이 배가 되는 날이다 :)
_

그리고 문득, 과거의 나를 보았다. 
​학원에 제출하는 내 자기소개서에 늘 등장하는 영어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내가 알파벳부터 배우기 시작한 첫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그 선생님 덕분에 너무 재미있게 배우기 시작해서
영어가 내 최애 과목이 되었고, 언젠가 나도 남들에게 그렇게 영어를 재미있게 전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가 내 고정 멘트이다.

​오늘 너무 재미있어하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 나도 어릴 때 저렇게 웃고 떠들며 영어를 배우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어릴 적 나를 오늘 아이들에게서 보았다.
​그리고 많이 뿌듯해졌다. 
꿈 하나는 이루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 저 아이들이 컸을 때 
'맞아 그때 그 선생님과 배운 영어가 너무 재미있었어 
기억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8-11-14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마음으로 대처하는 법

(아마 영어 강사로 부임했던 첫해 남겨두었던 글 같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 사고들은 우리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무리 그 생각을 되뇌면서 후회하고 잘잘못을 따져도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킬 수는 없어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그 일에 관한 해석을 잘 내리는 것입니다. 그 사건에 대한 해석을 내가 부정적으로 내려버리면 견딜 수 없는 억울한 삶의 피해자로 평생을 살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사건에 대한 의미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잘 살펴보고, 더불어 이번 일을 삶에 대한 큰 배움과 성숙이 오는 기회로 삼는다면 지금을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by  혜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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